2-2. 위상 절연체 — 내부는 부도체, 표면은 도체
이상한 물질 — 속은 막혀 있는데 겉은 뚫려 있다?
일상의 경험에서, 물질은 전기를 통하거나 통하지 않는다. 구리 전선은 전기를 잘 통하고(도체), 고무장갑은 전기를 통하지 않는다(부도체, 또는 절연체). 이것은 Chapter 2에서 배운 밴드 이론으로 깔끔하게 설명되었다. 전자가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에너지 밴드(전도대)가 채워져 있으면 도체, 전도대까지 올라갈 수 없는 큰 에너지 갭이 있으면 절연체.
그런데 21세기에 들어서, 물리학자들은 이 깔끔한 분류를 뒤흔드는 기묘한 물질을 발견했다.
내부로는 전류가 흐르지 않는 완벽한 절연체인데, 표면에서만 전류가 흐르는 도체.
이것은 마치 속이 꽉 막힌 파이프의 바깥 표면만으로 물이 흐르는 것과 같다. 파이프를 쪼개서 안을 들여다보면 물이 흐를 틈이 전혀 없는데, 표면에서는 물이 유유히 흘러간다. 더 놀라운 것은, 이 표면의 전류는 불순물이나 결함을 만나도 멈추지 않는다. 장애물을 만나면 그냥 돌아서 간다. 마치 절대로 멈출 수 없도록 보호받고 있는 것처럼.
이 기묘한 물질의 이름이 위상 절연체(영문: topological insulator)이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 걸까? 그리고 "위상"이라는 이름은 왜 붙은 걸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