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권 · Chapter 3 · 초전도 · 1-3
1-3. 쿠퍼 쌍 — 전자들이 짝을 이루다 (BCS 이론의 핵심 아이디어)
여는 이야기: 46년간 풀리지 않았던 수수께끼
1911년, 카메를링 오너스가 수은에서 초전도를 발견했다. 전기저항이 완전히 사라지는, 당시로서는 상상도 못 할 현상이었다. 물리학자들은 즉시 물었다: "왜?"
그런데 이 "왜?"에 답하는 데 무려 46년이 걸렸다.
그 사이에 양자역학이 완성되었고(1920~30년대), 핵분열이 발견되었고(1938년), 원자폭탄이 만들어졌으며(1945년), 트랜지스터가 발명되었다(1947년). 물리학의 거의 모든 분야에서 혁명적 진보가 이루어졌는데, 초전도만은 끈질기게 설명을 거부했다. 아인슈타인, 파인만, 하이젠베르크 등 당대 최고의 물리학자들이 도전했지만 실패했다.
마침내 1957년, 미국 일리노이 대학의 세 물리학자 — 존 바딘(John Bardeen), 리언 쿠퍼(Leon Cooper), 존 로버트 슈리퍼(John Robert Schrieffer) — 가 초전도의 미시적 메커니즘을 설명하는 이론을 완성했다. 세 사람의 이니셜을 따서 BCS 이론이라 불리는 이 이론은, 1972년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다.
놀라운 사실: 존 바딘은 트랜지스터의 발명(1956년 노벨상)에 이어 BCS 이론(1972년 노벨상)으로, 노벨 물리학상을 두 번 받은 유일한 인물이다. 역사상 노벨상을 두 번 받은 사람은 마리 퀴리 등 극소수인데, 같은 분야(물리학)에서 두 번 받은 사람은 바딘뿐이다.
BCS 이론의 핵심 아이디어는 놀라울 만큼 직관에 어긋난다. 같은 음전하를 가진 전자들이, 극저온에서 서로 끌어당겨 짝을 이룬다. 같은 전하끼리 밀어내는 것이 쿨롱의 법칙 아닌가? 어떻게 이것이 가능한가?
이번 절에서 이 놀라운 비밀을 풀어보자.
핵심 질문: 서로 밀어내야 할 전자들이 어떻게 짝을 이루는가? 그리고 그 짝이 어떻게 초전도를 만드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