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M Archive
중급연구하는 HAM 쌤2026-03-28

3-2. 상평형 그림과 임계점


액체와 기체의 경계가 사라진다면?

한 가지 사고실험을 해보자. 투명한 밀폐 용기에 물을 절반쯤 채우고, 천천히 가열한다고 상상하자. 처음에는 아래쪽에 액체인 물, 위쪽에 기체인 수증기가 있고, 그 사이에 뚜렷한 경계면 — 수면 — 이 보인다. 물과 수증기는 분명히 다른 상태다.

그런데 온도와 압력을 점점 높여가면, 놀라운 일이 벌어진다. 액체의 밀도는 점점 낮아지고, 기체의 밀도는 점점 높아진다. 두 상태가 서로를 향해 다가가는 것이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 물의 경우 약 374°C, 218기압 — 경계면이 완전히 사라진다. 액체도 아니고 기체도 아닌, 하나의 균일한 상태만 남는다.

이것은 상상이 아니다. 실제로 일어나는 현상이다. 그리고 이 현상은 우리에게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액체와 기체는 정말로 "다른" 상태인가? 아니면 같은 상태의 다른 모습일 뿐인가?

이 질문에 답하려면, 물질의 상태를 한눈에 보여주는 지도가 필요하다. 물리학자들은 이 지도를 상평형 그림(phase diagram)이라 부른다. 이 지도 한 장 안에는 물질의 상태에 관한 거의 모든 비밀이 담겨 있다.


지금까지의 이야기

앞 절(3-1)에서 우리는 물질의 세 상태 — 고체, 액체, 기체 — 가 분자 간 인력과 열운동의 줄다리기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을 배웠다. 그리고 핵심적인 사실 하나를 발견했다: 물질의 상태는 온도 하나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압력도 중요하다. 에베레스트 정상에서 물이 70°C에서 끓는 것이 그 증거였다.

그렇다면 자연스러운 질문이 따라온다. 온도와 압력이라는 두 변수에 따라 물질의 상태가 어떻게 바뀌는지, 한 장의 그림으로 정리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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