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 블랙홀 정보 역설
지금까지의 이야기: 우리는 우주의 95%를 차지하는 암흑 물질과 암흑 에너지의 수수께끼를 만났고(2-1절), 물질이 반물질과의 대소멸에서 기적적으로 살아남은 이야기를 들었다(2-2절). 이제 물리학의 미해결 문제 중 아마도 가장 깊고 철학적이며, 동시에 가장 날카로운 문제를 만나볼 차례다. 이 문제는 블랙홀이라는 극단적 무대 위에서 일반상대론과 양자역학이 정면으로 충돌하는 사건이다.
블랙홀에 책 한 권을 던지면 어떻게 되는가?
상상을 해보자.
당신의 손에 백과사전 한 권이 있다. 이 책에는 수만 페이지의 정보 — 글자, 그림, 숫자 — 가 담겨 있다. 이 책을 블랙홀 속으로 던진다.
블랙홀은 빛조차 빠져나올 수 없는 곳이다(제5권 2-3절에서 배웠다). 책은 사건의 지평선(event horizon)을 넘어 안으로 빨려 들어간다. 밖에서는 그 책이 어떻게 되었는지 볼 수 없다. 여기까지는 괜찮다. 슬프지만 책은 사라진 것이고, 다시 꺼낼 수 없다.
그런데 문제는 이것이 아니다. 진짜 문제는 훨씬 더 깊은 곳에 있다.
1974년, 스티븐 호킹이 놀라운 발견을 했다. 블랙홀이 영원하지 않다는 것이다. 블랙홀은 아주 느리게, 하지만 확실하게 에너지를 방출하면서 줄어든다. 이것을 호킹 복사(Hawking radiation)라 한다. 충분히 오랜 시간이 지나면 — 태양 질량 블랙홀의 경우 약 년, 우주의 나이보다 상상할 수 없을 만큼 긴 시간 — 블랙홀은 완전히 증발하여 사라진다.
자, 여기서 질문이다.